요즘 내가 기분좋은 하루를 판단하는 기준은 '저상버스를 탔느냐, 안탔느냐.'이다. 매일 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되는시간으 통학하는데, 왠지 모르게 저상버스를 타면 기분이 좋아지고, 실제로도 일반버스보다 저상버스가 더 안정적이다. 하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버스 노선이 5개 정도 되는데, 그중 2개의 노선에만 저상버스가 있고, 그나마 저상버스가 있는 2개의 노선도 저상버스의 비율이 일반버스의 비율보다 훨씬 적다. 저상버스는 보기도 힘들고 타기도 힘들기 때문에 나는 저상버스를 탄 날을 '행운의 날'로 여기는데, 저번 주는 학교가는 날 6일 중에 3번을 저상 버스로 탔으니 '행운의 주'였다. 저번주에 유난히 저상버스를 많이 탔는지라, 이번 주에는 저상버스에 유난히 집착했는데, 집착한 만큼 저상버스는 눈에 눈꼽만큼도 띠지 않았다.
오늘도 역시 저상버스를 타지 못하고, 일반버스를 타서 아쉬워 하고 있었다. 여자기사분이 운전하고있는 버스였는데, 라디오를 '손석희의 시선집중'으로 틀어놓으셔서 오랜만에 좀 듣고싶은 마음에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았다. 내가 듣기 시작 했을 때 시쓰는 섬마을 소녀를 인터뷰하는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굉장히 순수하달까?? 가끔 손석희씨가 "그 섬에는 배가 얼마나 자주 오나요?"같은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하자 당황스러워하며 이것 저것 찾아보는 공백도 흘렀었다. 잘짜여지지않은(?) 방송을 들었는데도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끝났고, 앞을 보니 기사분이 지나가는 버스의 운전기사한테 굉장히 열심히 인사하는 것이었다. 뭐 동료끼리 인사하는건 당연하지만, 그 버스기사분은 다른 회사의 기사들에게도 진짜열심히! 손을 흔드셨다. 지나가는 버스의 기사 분을 보니 당황스러워서 뒤늦게 손을 흔드시는 분도 있었다. 그런 기사 아주머니의 친절을 지켜보다 필리핀 외국인 여성이 내 옆자리에 탔는데, 내 뒤에있는 누군가가 그 외국인을 부르는 것이다. 뒤를 보니 내 뒤에있던 분도 외국인이었는데, 필리핀 국적은 아닌것 같았다. 둘은 웃으며 인사를 하고 나란히 앉았다. 굉장히 서툰 한국말로 "밥먹었어?" 류의 간단한 인사말을 굉장히 힘겹게 주고 받고, 필리핀 분이 "애기 밥은?" 하고 묻자, 잘 못알아 들었는지 휴대폰을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필리핀 분은 "예쁘다."라며 밝게 웃었다. 둘의 대화를 듣다보니 학교에 도착해서 내렸다.
오늘은 저상버스는 못 탔지만, 저상버스 3번 탄 만큼의 행운과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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